안녕하세요! 오늘은 개발 환경, 특히 FreeBSD에서 적합한 IDE를 찾다가 결국 ‘내가 직접 만들어야 하나?’라는 고민을 거쳐, 1GB가 넘는 거대 파일을 다루는 텍스트 에디터 제작이라는 깊은 기술적 탐험까지 이어진 여정을 공유해볼까 합니다.
1. 시작: FreeBSD, 쓸만한 IDE가 없다?
FreeBSD 환경에서 개발을 시작하려니 마땅한 IDE나 텍스트 에디터를 찾는 것부터 쉽지 않았습니다. 많은 개발자가 애용하는 VS Code는 최근 버전에서인지 복사/붙여넣기 버그가 발목을 잡았고, KDE 환경의 강자 KDevelop은 강력하지만 검색/교체 기능이 때로는 작동하지 않거나 너무 복잡하게 느껴졌습니다. JetBrains IDEs(IntelliJ, PyCharm 등)나 Sublime Text는 강력한 기능을 제공하지만 다소 무겁고 느립니다. 가벼운 Geany는 UI가 다소 답답하게 느껴졌고, 특히 최근 커서 위치와 실제 글자 위치가 어긋나는 렌더링 문제가 사용을 불편하게 만들었습니다. 터미널 기반의 Vim/Neovim, Emacs는 강력한 편집 기능을 자랑하지만, GUI 환경이 아니라서 (물론 GVim이나 Emacs GUI 버전도 있지만, 주력 사용 환경은 터미널이죠) GUI를 선호하는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이처럼 기존 도구들에서 각기 다른 아쉬움을 느끼다 보니, ‘혹시 내가 필요한 기능을 가진 에디터를 직접 만들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이어졌습니다. 특히, 아주 큰 파일을 열어야 할 때 기존 에디터들이 버벅이는 현상을 보며 ‘대용량 파일 처리’라는 구체적인 목표가 생겼습니다.
2. 도전: 1GB 이상 파일 편집, 어떻게 가능할까?
기가바이트 단위의 텍스트 파일을 일반적인 에디터처럼 통째로 메모리에 로드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메모리 부족으로 프로그램이 멈추거나, 극심한 성능 저하를 겪게 되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핵심 전략들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 메모리 매핑 (Memory Mapping – mmap): 운영체제의 가상 메모리 시스템을 활용해 파일을 메모리 주소 공간에 매핑하는 기법입니다. OS가 디스크 I/O를 효율적으로 관리해주고, 일단 매핑되면 메모리처럼 빠르게 접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다만, 플랫폼별 API가 다르고 파일 수정 시 디스크 동기화(
msync
) 등 관리가 필요합니다. - 수동 청크/인덱싱 (Manual Chunking & Indexing): 파일을 일정한 블록(청크)으로 나누어 읽고, 파일 전체의 구조(특히 각 줄의 시작 위치)를 담은 ‘라인 인덱스’를 만들어 활용하는 방식입니다. 표준 파일 I/O를 사용하므로 이식성이 좋고 메모리 제어가 용이하지만, 직접 버퍼 관리 및 파일 탐색(seek) 로직을 구현해야 합니다.
- 조합: 실제로는 mmap과 인덱싱을 조합하는 방식이 성능 면에서 효과적일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인덱스로 필요한 데이터의 위치(오프셋)를 빠르게 찾고, mmap으로 해당 위치의 데이터를 메모리처럼 신속하게 읽는 것이죠. OS API 사용에 거부감이 없다면 강력한 성능을 기대할 수 있는 접근법입니다.
3. 구현: Qt와 함께라면?
만약 직접 만든다면 GUI 툴킷으로 Qt를 사용하는 것을 고려했습니다.
- 위젯 선택: 일반 텍스트 편집에는
QTextEdit
보다 대용량 처리에 최적화된QPlainTextEdit
가 더 적합합니다. 하지만 이 역시 수백 MB를 넘어서는 파일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 구문 강조:
QPlainTextEdit
자체에는 없지만,QSyntaxHighlighter
클래스를 상속받아 직접 구현하면 쉽게 추가할 수 있습니다. - UI 가상화: 진정한 대용량 파일 처리를 위해서는 화면에 보이는 부분만 로드하고 그리는 UI 가상화가 필수입니다. Qt에서는 Model/View 프레임워크 (
QAbstractItemModel
+QListView
)를 사용하는 것이 표준적이고 권장되는 방식입니다. 모델은 파일 인덱스를 기반으로 필요한 데이터(라인)만 디스크에서 읽어 뷰에 제공하고, 뷰는 보이는 부분만 효율적으로 렌더링합니다.
4. 저장: 안전하게, 그리고 효율적으로
1GB 파일을 수정하고 저장할 때, 단순히 원본 파일을 덮어쓰는 것은 위험합니다. 중간에 문제가 생기면 파일 전체가 손상될 수 있죠. 안전한 방법은 임시 파일(Temporary File)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 현재 문서 내용을 임시 파일에 처음부터 끝까지 새로 씁니다. (Piece Table 같은 구조를 사용하면 원본 파일의 필요한 부분만 읽어와 효율적으로 새 파일을 구성할 수 있습니다.)
- 쓰기가 성공적으로 완료되면, 원본 파일을 백업하거나 삭제하고 임시 파일의 이름을 원본 파일 이름으로 변경합니다.
- 결과적으로 현재 상태의 1GB 데이터가 디스크에 쓰여지지만, 이 과정은 데이터 무결성을 보장합니다.
5. 현실적인 고민: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
이 모든 기술적인 내용을 접하며 “내가 과연 이 복잡한 걸 다 구현할 수 있을까?”라는 현실적인 고민에 부딪혔습니다. 특히 기존 IDE에서도 불편함을 겪는 상황에서는 더욱 막막하게 느껴졌죠.
처음부터 완벽한 대용량 에디터를 만들려고 하기보다, Qt로 간단한 텍스트 에디터를 먼저 만들어보면서 자신감을 쌓고, 점진적으로 기능을 추가하는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보는 건 어떨까요?
결론: 작은 성공에서 시작하는 여정
FreeBSD에서 쓸만한 IDE를 찾는 여정은 예기치 않게 대용량 파일 처리라는 깊은 기술적 탐험으로 이어졌습니다. mmap, 인덱싱, UI 가상화, 안전한 저장 방식 등 많은 것을 배우고 고민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결국, 거대한 목표 앞에서 주저하기보다는 작은 성공을 쌓아가는 점진적인 접근이 현실적인 답이 될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Qt로 기본적인 에디터를 만들며 기반을 다지고, 차근차근 대용량 처리 기능을 탐구해나가는 것. 이것이 제가 나아갈 방향이 될 것 같습니다.
혹시 저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계신 분들이 있다면, 이 글이 작은 영감이나마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의 경험이나 조언도 댓글로 남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