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휴, 망했습니다…
블로그나 웹사이트를 운영하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 고민하게 됩니다. “지금 쓰고 있는 플랫폼이 최선일까?”, “더 좋은 기능은 없을까?” 저 역시 그런 고민 끝에, 익숙했던 워드프레스를 떠나 새로운 도전을 감행했습니다. 목적지는 Book 모듈이 뛰어난 드루팔(Drupal)이었습니다.
1. 드루팔로 떠난 이유: “Book” 모듈, 그 강력한 유혹
워드프레스도 훌륭했지만, 특정 콘텐츠를 체계적으로 묶어 관리하고 싶다는 갈증이 있었습니다. 마치 한 권의 책처럼, 여러 글을 순서대로 엮어 보여주는 기능이 필요했죠. 드루팔의 유명한 ‘Book’ 모듈이 바로 제가 찾던 기능이었습니다. “그래, 이 정도 기능이라면 약간의 불편함은 감수할 수 있어!” 라는 마음으로 큰 결심을 하고 드루팔로의 이주를 시작했습니다.
2. 현실의 벽: 복사/붙여넣기 지옥과 예상치 못한 난관
설렘도 잠시, 드루팔에서 콘텐츠를 작성하며 첫 번째 난관에 부딪혔습니다. 바로 기본 편집기(CKEditor)의 복사/붙여넣기 문제였습니다. 외부 웹페이지나 리브레오피스 문서에서 내용을 복사해 붙여넣으면, 눈에 보이지 않는 온갖 HTML 태그와 스타일(소위 ‘찌꺼기’)들이 덕지덕지 딸려 들어와 글의 레이아웃도 깨지고 순식간에 지저분해졌습니다. 이걸 일일이 정리하는 건 정말 끔찍한 경험이었죠. 생산성이 뚝뚝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이럴 순 없어!” 저는 해결책을 찾아 나섰습니다. 워드프레스처럼 깔끔한 편집 환경을 제공해 줄 것이라 기대하며 드루팔용 구텐베르크(Gutenberg) 모듈을 설치했습니다. “그래, 이걸로 하면 되겠지!”
하지만… 야심 차게 설치한 구텐베르크 모듈은 어찌된 영문인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PHP 버전 관련 에러 메시지가 뜨기도 하고(이걸 해결하려 애썼지만), 결국 제가 원했던 깔끔하고 직관적인 편집 환경을 제공해주지 못했습니다. Book 모듈이고 뭐고, 당장 글 하나 제대로 쓰기가 너무 힘들었습니다. 멘붕이었죠.
3. 되돌아온 워드프레스: 기본기의 소중함
하루도 안 되서 워드프레스의 구텐베르크 편집기가 떠올랐습니다. 거기서는 정말 아무 생각 없이 편하게 복사/붙여넣기를 했었거든요. ‘찌꺼기’ 걱정 없이, 레이아웃 깨지는 걱정 없이 콘텐츠 자체에만 집중할 수 있었던 그 환경이 너무나 그리워졌습니다.
결국 저는 중대한 결정을 내렸습니다. 드루팔의 Book 모듈 같은 특정 고급 기능은 분명 매력적이지만, 수도없이 반복해야 하는 ‘글쓰기’라는 핵심 작업이 불편하다면 무슨 소용인가 싶었습니다. 저에게는 Book 기능보다 매끄러운 편집 경험이 더 중요했던 것입니다.
네, 그래서 저는 다시 워드프레스로 돌아왔습니다. “에휴, 이게 뭐 하는 짓인가” 싶기도 했지만, 막상 워드프레스 편집기에서 깔끔하게 텍스트가 붙여넣어지는 것을 보니 마음의 평화가 찾아왔습니다.
4. 결론: 나에게 맞는 옷을 찾아서
이번 CMS 대이동과 유턴 소동(?)을 통해 몇 가지 교훈을 얻었습니다.
- 완벽한 CMS는 없다: 각 플랫폼마다 장단점이 명확하며, 중요한 것은 ‘나의 필요’와 ‘나의 작업 방식’에 가장 잘 맞는 도구를 선택하는 것입니다.
- 기본기의 중요성: 강력한 부가 기능도 좋지만, 콘텐츠 작성/편집과 같은 핵심적인 작업 환경이 불편하면 결국 오래 사용하기 어렵습니다.
- 직접 경험의 가치: 남들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직접 부딪혀보고 경험해봐야 나에게 맞는 것인지 알 수 있습니다. (비록 그 과정이 ‘삽질’처럼 보일지라도요!)
물론, 워드프레스에는 드루팔의 Book 모듈 같은 기능이 기본으로 없다는 아쉬움은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플러그인 등을 통해 워드프레스 생태계 안에서 대안을 찾아보려 합니다.
혹시 저처럼 CMS 플랫폼 사이에서 고민하고 계신 분이 있다면, 저의 이 ‘삽질기’가 작은 참고라도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은 부디 저보다 덜 ‘망하는’ 길을 가시길 바라며… 이만 줄입니다!